오요안나 유족의 호소: 가해자는 4명
지난해 9월 15일,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유족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4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가해자를 2명으로만 특정하여 보도해, 유족들은 이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며 4명이 오 씨를 괴롭혔다고 밝혔다.
유족의 주장에 따르면, 오 씨가 2022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MBC 기상캐스터 4명이 포함된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그때부터 직장 내 따돌림과 모욕적인 언사가 이어졌다고 한다. 오 씨는 자신을 향한 부당한 대우와 비난을 인지하면서도 웃으며 출근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유족들은 오 씨가 생전에 주변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으나, 회사 내부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휴대전화에 단톡방 대화 내용, 음성 녹음 등의 데이터를 저장해두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유족의 입장: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
유족들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했다. 그들은 "우리는 이 사건을 정치적인 논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해자들의 반성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사건을 특정 정치적 색채와 연결시키려 한 것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유족들은 "가해자가 2명이라고 밝힌 적도 없고, 특정 인물을 지목한 적도 없다"며 오해를 바로잡고자 했다. 이는 사건이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적 논쟁거리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MBC 기상캐스터들의 프리랜서 신분과 경쟁 구조
이번 사건을 계기로 MBC 기상캐스터들의 고용 구조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족들은 오 씨의 극단적인 선택의 배경에 '프리랜서 고용 구조와 내부 경쟁 문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MBC의 기상캐스터들은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로, 방송 횟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 구조다. 유족에 따르면 오 씨가 MBC에서 받은 월 급여는 200만 원을 넘지 않았으며, 노동 환경은 배달 라이더와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프리랜서 구조는 기상캐스터들 간의 경쟁을 유발하고, 동료 간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방송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을 헐뜯고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족들은 "MBC는 약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강자가 살아남는 구조를 유지했다"며 회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오요안나의 자필 일기 공개
YTN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오요안나 씨는 생전에 자신의 심정을 담은 자필 일기를 남겼다. 작년 7월 16일에 작성된 일기에는 "억까 미쳤다. A는 말투가 너무 폭력적"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 특보를 진행하는 등 힘든 업무 환경 속에서도 동료의 폭언과 부당한 대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시사했다.
일기에서 언급된 A는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단톡방에서 오 씨를 향한 비난이 오갔으며, 실질적으로 오 씨가 이러한 괴롭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필요
오요안나 씨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프리랜서 고용 구조와 기업 내 경쟁 환경이 노동자를 얼마나 취약한 위치로 내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족들은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MBC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에서 프리랜서 계약직 노동자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